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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피는 국화는 첫 봄의 상징으로 사랑받는 개나리를 시샘하지 않는다. 역시 봄에 피는 복숭아꽃이나 벚꽃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한여름 붉은 장미가 필 때 나는 왜 이렇게 다른 꽃보다 늦게 피나 한탄하지도 않는다. 그저 묵묵히 준비하며 내공을 쌓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가 매미소리 그치고 하늘이 높아지는 가을 드디어 자기 차례가 돌아온 지금 국화는 오랫동안 준비해온 그 은은한 향기와 자태를 마음껏 뽐내는 것이다. (한비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