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IT부서 사람들과 일하는 방법 [[TableOfContents]] ==== 청사진을 주세요. ====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청받습니다. “OOO게임의 구매현황을 보고 싶습니다. 가능하다면 플래이 타임 현황도 보고 싶습니다. 성별, 연령별도 가능하지요?” ‘구매현황’이 뭔지 저희는 모릅니다. 전체 매출액을 보여드리면 되나요? 인구통계학적인 정보도 포함할까요? 경쟁사에 대한 현황도 필요한가요? 어떻게 하죠? ‘플래이 타임’이 무엇인지 알지만 정의는 여러 가지 입니다. 시간단위로 보여드리나요? 분단위로 보여드리나요? 3자리마다 콤마(,)를 찍을까요? 저는 모릅니다. 마찬가지로 ‘플래이 타임 현황’을 어떻게 보여 달라는 것인지 저희는 모릅니다. ‘성별, 연령별 가능’이 뭐가 가능한지 저희는 모릅니다. 저희가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만들고 나면 ‘이것은 이렇게 고쳐주시고, 저렇게 고쳐주세요’라고 합니다. 또한 ‘이것이 더 필요한데 가능한가요?’라고 묻습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휴리스틱 분석이라고 하면 그나마 마음 상하지는 않습니다. 청사진을 주세요. 무턱대고 ‘집을 지어달라’라고 하지마시구요. 물론 빠진 부분이 있고, 수정되어야 할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아주 조금만 더 신경 쓰면 서로 기분 좋을 수 있습니다. 기대하는 바를 명확히 밝히세요. 기대하는 바를 서로 확인하는 것이 작업 결과의 질(적시에 정확하고 적절한)에 가장 큰 영향을 끼는 일입니다. ==== 변경은 쉬운게 아니에요. ==== 개발 후의 변경은 매우 어려운 작업입니다. 아파트를 예를 들어 볼까요? 아파트 공사가 끝났습니다. 하지만 북향이 불만입니다. 그래서 남향으로 180도 회전해달라고 합니다. 창문의 위치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3미터 좌측으로 이동해달라고 합니다. 그게 쉬운가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아파트는 하드웨어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소프트웨어는 쉬운가요? 네, 하드웨어 보다는 쉽습니다. 그래서 소프트웨어라고 합니다. 하지만, 하드웨어에 비해서 쉽다는 이야기지 쉽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어떤 변경사항은 이제까지의 일의 양만큼 더 해야 하는 일도 있습니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 '뚝딱!' 하면 나오는 게 아니에요. ==== 가끔씩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쉽지 않은 작업을 아무런 상의도 없이 내일까지 결과를 내놓으라고 합니다. 물론 사람을 더 투입하면 그 만큼 빠르게 결과를 내놓을 수도 있습니다. 내놓을 수도 있다는 것이지 내놓는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1000평의 논에서 벼를 수확하는 일은 10명이 10시간에 마칠 수 있는 일이라면, 100명을 투입하면 1시간에 끝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내기를 한 후에 10배의 물과 10배의 비료를 준다고 해서 10배 빨리 벼를 수확할 수 있나요? 불가능합니다. 소프트웨어 개발도 마찬가지 입니다. 작업의 성격에 따라서 리소스를 투입에 비례하게 빠르게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있고 그렇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해 보셨다구요? 그래서 아신다구요? 덧셈을 안다고 적분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냥 조용히 계셔요. 그러다가 큰 코 다치십니다. 지원부서는 전사 지원을 하기 때문에 여기 저기에서 요청을 받는 답니다. 개개인은 다 급하겠지만, 저희는 전사적인 관점에서 우선순위를 매겨 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작업의 난이도 문제도 있습니다. 머리 속에서 생각하면 간단하지만 소프트웨어의 구현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닙니다. 머리 속에서는 무한한 상상을 할 수 있지만, 저희는 컴퓨터라는 제한된 시/공간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일정을 협의해주세요. 무리한 요구는 사기를 떨어뜨려 오히려 더 작업이 느려질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빨리 일을 처리해 드릴께요. ==== 립 서비스가 필요해요. ==== 저희는 지원 부서입니다. 요청을 받기만 하지 사업부에 요청을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일을 하면 티가 팍팍나는 것도 아닙니다. 분석주제가 ‘매출향상을 위한 OOO의 의사결정을 위한 OOO분석’이라고 해놓지만, 우리가 해준 일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피드백을 주지 않습니다. 전혀 보람차지 않아요. 그래서 엔지니어들이 보람을 찾으려고 ‘프로그램을 이래저래 변경해서 0.05초나 단축했어!!!’ 하면서 환호하는 오타쿠 같은 짓을 일삼는 것입니다. 피드백을 주세요. 그럼 아주 큰 동기부여가 됩니다. 엔지니어들은 조금만 칭찬을 해줘도 신나서 일을 더 해 줄 겁니다. ---- 잘보고 가요...,,, 퇴근 10분전....좋은 귀감이 되는 말 보고 갑니다.... -- 차윤선 2021-04-16 17:46:54 ----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굉장히 과거에 썼던 글이라 제가 봐도 생소하네요. 이 글을 쓰던 시절의 제가 그립습니다. -- 이재학 2021-04-16 21:20:21